‘주거약자’ 대학생… 역설적인 기숙사 비용
‘주거약자’ 대학생… 역설적인 기숙사 비용
  • 김진호·박혜지 기자
  • 승인 2018.03.20 23:13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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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에 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 기숙사생들

Prologue
지난달 21일 한국사학진흥재단, 도시재생·전략포럼이 공동주관하는 ‘주거약자 대학생을 구하라’ 세미나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세미나를 주최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은 “대학생 기숙사 수용률은 21%에 불과하다”며 “학자금 대출로 수천만 원대 부채를 짊어지고, 취업을 위한 막대한 지출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을 생각하면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기숙사 건립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숙사 부지 부족, 운영비용 마련 어려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주거약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생. 하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우리 대학 기숙사 비용이 증가하면서 주거 부담이 더 가중될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 대학 기숙사 비용, 대체 어떻게 오르고, 왜 오를까?
 

올해 대폭 증가한 우리 대학 기숙사 비용
우리 대학 민간자본 기숙사(이하 민자기숙사: 죽전캠퍼스 웅비홀, 천안캠퍼스 단우홀)비용은 지난해 대비 약 4.5%, 공공자본 기숙사(이하 공공기숙사: 죽전캠퍼스 진리관, 천안캠퍼스 봉사관)비용은 지난해 대비 약 3% 인상됐다. 기숙사 비용의 인상 원인에 대해 죽전캠퍼스와 천안캠퍼스 생활관 행정팀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른 생활관 식당, 경비, 청소 등의 운영인력 인건비 증가를 주원인으로 꼽았다.
 

결국 기숙사 비용은 증가했고, 기숙사생들의 부담 또한 커졌다. 이예지(공공관리·3) 씨는 “숙박 사업 특성상 흑자가 나오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 기숙사비는 계속 인상되고 있고, 이번에 큰 폭으로 인상돼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강희찬(회계·2) 씨는 “시설적인 면에서도 만족스럽지 않은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학생에게만 전가하려 하는 것 같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처럼 기숙사 비용이 인상됨에 따라 많은 기숙사생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숙사 유형마다 달라지는 비용 인상 폭. 대체 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숙사 비용이 인상했다지만, 모든 기숙사의 인상 폭이 같지 않다는 것에서 의문이 남는다. 똑같은 우리 대학 소유의 기숙사인데, 왜 기숙사마다 인상 폭이 차이가 날까?
 

이는 우리 대학 기숙사 ‘운영권’을 가진 운영사들끼리 서로 이자율이 제각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기숙사는 민자기숙사, 공공기숙사, 학교기숙사로 구분된다. 모든 기숙사의 소유권은 우리 대학이 가지고 있지만, 운영권은 기숙사마다 다르다.
 

운영권이란 조직이나 기구, 사업체 따위를 운용하고 경영하는 권리나 자격으로, 민자기숙사는 ‘홍익인간요람유한회사’, 공공기숙사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우리 대학은 기숙사 건설에 필요한 자본 마련을 위해 일정 기간 타 회사에 운영권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일정 자금을 조달받은 상태다. 이는 일정 기간에 걸쳐 상환하며, 완료될 경우 운영권은 우리 대학에 넘어온다. 현재 민자기숙사는 2028년, 공공기숙사는 2034년에 만기상환 후 운영권이 돌아올 예정이다.
 

현재 우리 대학은 기숙사의 운영권을 홍익인간요람유한회사와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일정 기간 대여해주는 대신 두 회사로부터 기숙사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은 상태이고, 현재 일정 기간 갚아나가고 있다. 이때, 모든 대출과 마찬가지로 빌린 자금에는 대출 이자가 존재하며, 각 운영사의 이자율에 따라 기숙사 비용의 인상 폭 또한 영향을 받는다.
 

홍익인간요람유한회사가 운영권을 가진 우리 대학 민자기숙사의 경우 최초 이자율은 7.8%다. 하지만 현재 일정 금액을 한국사학진흥재단을 통한 대환대출(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뒤 이전의 대출금을 갚아주는 제도)로 2.3~4.5%까지 경감을 시킨 상태다.
 

하지만 운영사가 사기업인 민자기숙사와 달리 공공기숙사의 운영권을 가진 한국사학진흥재단은 국가에서 운영한다. 그 때문에 이자율이 연 2% 초반으로, 민자기숙사 대비 낮은 편이다. 또한 학교기숙사는 별도의 상환금이 필요 없다. 따라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숙사 비용 인상은 민자기숙사가 공공기숙사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기숙사 비용, 인하 될 가능성은 없나
상환이 완료될 경우 민자기숙사와 공공기숙사의 소유권과 운영권은 전부 우리 대학이 가진다. 기존 운영권을 가진 운영사와의 금액 조율과정이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상환이 끝나면 기숙사 비용이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서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죽전캠퍼스 학교기숙사 집현재의 4인실 비용은 공공기숙사인 진리관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운영권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기숙사 비용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사업팀 관계자는 “상환이 완료되면 기숙사 비용이 그만큼 절감될 수는 있다. 하지만 큰 폭으로 인하되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한다”며 “20년이 지난 건물은 시설이 낙후돼 있을 가능성이 크기에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계속되는 물가 상승, 최저임금인상, 시설물 교체 등에 따른 비용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흑자를 내는 우리 대학 기숙사?
우리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단국대학교 대나무숲(이하 단대숲)’에 기숙사 비용에 대해 많이 언급되는 주제는 ‘흑자’에 관련된 것이다. 대체로 “우리 대학 기숙사는 이미 흑자를 낼 정도로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숙사 비용을 올렸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일단 기숙사 사업을 통해 흑자가 나올 경우, 그 이윤은 어디로 가느냐가 가장 궁금한 부분일 것이다. 이를 알기 위해 ‘생활관 규정 제6장 재정 제24조’를 살펴보면 ‘생활관의 운영비는 생활관 학생의 납입금으로 운영함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보조비로 충당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생활관 운영비를 학교보조비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과 상통한다.
 

이에 전략사업팀 관계자는 기숙사가 흑자를 낸다는 것에 일정 부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흑자를 내는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 건축물에 이상이 생길 때를 대비해 자금을 모아놓는 것”이라며 “발생한 흑자는 기숙사 외의 목적으로 운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학교 측에 대한 지원 방안은 없나
전략사업팀 관계자는 “이번 기숙사 비용 인상은 예상치 못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이다”라며 “학교 측에서는 기숙사 비용 인하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차원에서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시도한 바 있다. 지난 12일 전략사업팀에서 민자기숙사 비용 약 1.5% 인하를 발표했는데, 이는 운영사 중 대환대출을 통해 일정 금액을 조달받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요구에 따른 인하이다. 이후 지난 16일, 민자기숙사생을 대상으로 생활관 행정팀은 인하비율만큼의 금액환급을 진행했다.

 

매년 증가하는 기숙사 비용, 학생과는 단 한 차례 논의도 없어
지금까지 어느 정도 기숙사 비용 조정에 관한 생리를 간단하게 알아봤다. 하지만 그 과정 중 비용을 지급하는 주체인 ‘학생’의 의견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실제로 그동안 11개의 기숙사 유형 중 9개의 기숙사 비용이 매년 상승했지만, 기숙사생들과의 논의를 통해 기숙사 비용이 책정된 전례는 없다.
 

이우진(경영·3) 씨는 “올해처럼 높은 비율로 기숙사 비용이 상승하게 되면 기숙사생과의 논의과정을 거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한 정지우(중동·2) 씨는 “기숙사비가 인상됐다는 것을 SNS를 보고 알게 됐다. 기존에도 흑자를 보고 있었지만, 시설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죽전캠퍼스 생활관 관계자는 “기숙사 운영위원회를 통해 논의가 이뤄지지만, 학생은 따로 참여하지 않는다. 기숙사생들에게 차후에 오르는 내역을 알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천안캠퍼스 생활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기숙사 비용을 인상하게 됐고, 기숙사 측에 문의 전화가 올 때 인상내용을 알려드렸다”고 말했다. 즉, 어느 곳에서도 비용을 지급하는 당사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대책은…
죽전캠퍼스 전병재(과학교육·4) 총학생회장은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장, 학생복지위원장, 전략사업팀, 생활관, 학생처 관계자들과 기숙사 발전협의체를 최초로 구성해 기숙사 내용을 논의한 바 있다”며 “오는 2학기부터 기숙사 모집 공고가 나갈 때는 미리 회의를 열어 비용을 조정해 학생들에게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안캠퍼스 황수연(공공관리 야·3) 총학생회장은 “내부논의가 완료되면 기숙사 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선정해 대자보 형식으로 많은 학생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학생대표가 참석함으로써 기숙사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해 기숙사생들의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전했다.

 

Epilogue
2018학년도 기숙사 비용 인상에 관해 전략사업팀 관계자는 “‘사생회’ 같은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학생 자치 운영기구가 필요하다”며 “기숙사생의 입장을 완벽하게 대변할 수 있으면 학생 측에서도 논의가 정리될 것이다”며 기숙사생과의 소통을 위한 직접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국가 차원에서도 청년의 주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다. 2018년 교육부 교육안전정보국은 ‘대학생 주거 부담 경감’을 정책 과제로 내세웠다. 이는 대학생의 경제적 부담 경감과 주거 안정을 위해 행복기숙사를 건립하는 것으로써 2인실 기준 월 24만 원 이하의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된다.
 

집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터전이다. 그렇기에 우리 대학과 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대학생의 주거 부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그들의 마음의 짐을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러스트 고다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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