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값 비싸고 시설 안 좋다… 학생들 외곽행”
“방값 비싸고 시설 안 좋다… 학생들 외곽행”
  • 이다경·황민승·박정윤·송지혜 기자
  • 승인 2024.03.05 16:00
  • 호수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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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 자취촌과 월세 비슷
코로나 때보다 10~15% 뛰어
비교적 싼 고시텔 선택하기도

코로나 팬데믹 종식 선언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는 우리 대학 재학생들도 피할 수 없었다. "물가는 오르는데 수요는 여전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죠.”, “서울보다 인프라는 부족한데 공급 자체가 적어서 월세 부담은 높아져요.” 전국적으로 집값이 폭등함에 따라 자취하는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우리 대학 재학생들의 눈물 젖은 홀로서기 현장, 원룸촌 현장을 심층 취재했다.

 

학교와 가까울수록 주거비물가 비싸

우리 대학 기숙사 수용 인원은 죽전캠 2,442명(웅비홀 1,074명, 진리관 922명, 집현재 446명) 천안캠 2,242명(봉사관 924명, 학사재 304명, 단우홀 1,084명)이다. 학교가 수용할 수 없는 나머지 재학생은 학교 밖에서 주거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본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이용해 실제 재학생들이 거주할 만한 크기의 자취방(4.2~7.5평)을 기준으로 우리 학교가 위치한 용인시 수지구, 천안시 서북구와 동남구의 부동산 시세를 알아봤다.

 

2023년 양 캠퍼스 인근 주거비 현황이다. 일러스트 박주혜 기자, 자료=국토교통부
2023년 양 캠퍼스 인근 주거비 현황이다. 일러스트 박주혜 기자, 자료=국토교통부

양 캠퍼스를 중심으로 각각 3구역씩 총 6구역이 기준이 됐다. ①번~③번 구역은 죽전캠, ④~⑥번 구역은 천안캠 기준이다. ①번 구역은 정문 앞에 위치한 죽전동, ②번 구역은 죽전역 기준 동쪽인 보정동, ③번 구역은 죽전역을 기준으로 서쪽인 풍덕천동이다. ④번 구역은 천안캠과 인근 대학(상명대, 백석대, 호서대)을 끼고 위치한 안서동, ⑤번 구역은 천안캠 정문과 천안고속버스터미널 사이 위치한 신부동, ⑥번 구역은 두정동이다.

 

①번 구역은 다가구 기준 평균 보증금이 약 714만 원, 평균 월세가 48만 원이다. 오피스텔은 당연히 더 비싸다. 평균 보증금이 833만 원, 평균 월세가 61만 원이다. ②번 구역은 다가구 기준 평균 보증금이 약 636만 원, 월세가 47만 원이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검색된 오피스텔은 4.5평 방 보증금이 300, 월세가 45만 원이다. ③번 구역은 다가구 평균 보증금, 월세가 각각 595만 원, 38만 원, 오피스텔 평균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679만 원, 62만 원이다. 학교 인근에 있는 1, 2번 구역 다가구 평균 월세가 외곽에 있는 3번 구역보다 10만 원가량 더 비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④번 구역은 다가구 기준 평균 보증금 505만 원, 월세 46만 원, 오피스텔은 실거래가 시스템에 잡히지 않는다. ⑤번 구역은 다가구 기준 평균 보증금 490만 원, 월세 39만 원이고, 오피스텔 평균 보증금은 875만 원, 월세가 44만 원이다. 마지막 ⑥번 구역의 경우 다가구 평균 보증금, 월세는 각각 385만 원, 37만 원이고, 오피스텔 평균 보증금, 월세는 각각 267만 원, 39만 원이다. 천안캠 역시 죽전캠과 마찬가지로 학교 인근에 위치한 ④, ⑤번 구역이 ⑥번 구역 평균가보다 비싸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균값에는 허점이 존재한다.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구한 평균 월세값이 죽전캠은 30만 원 후반대~60만 원 초반대로 계산된다. 또한 천안캠은 30만 원 후반대~40만 원 중반대로 계산된다. 기자의 취재 결과, 부동산 관계자와 재학생들 모두 비싼 주거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한정

공인중개사 이루경(57)씨는 대학가의 주거비에 대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봐도 높은 편이며, 코로나 시기보다 10~15% 인상됐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이 20분 정도 걸어야 하는 외곽으로 나간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가진 예산보다 주거비가 비싸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 대학가의 주거비는 서울권 대학가와 비교해 봐도 방불하다. 죽전캠 앞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는 이민호(사학3)씨는 “좋은 위치와 접근성이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앞은 음식점 외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서울만큼의 주거비를 지불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이 씨는 “대부분의 주택이 15년 이상이 되다 보니까 주택의 질이 낮은 편이며 가격에 비해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앞의 비싼 주거비와 노후화된 시설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유학생이 학교 앞 주거촌의 고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코로나 시기에 외국인 유학생이 많이 유입되면서 원하는 학생들에 비해 공급이 많이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성유나(국어국문4)씨는 “턱없이 비싼 주거비로 인해 적절한 가격의 집을 찾는 게 어려웠다”며 “비싼 가격에도 매물이 없어 결국 고시텔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원룸 관리와 규제 필요해

천안캠 삼거리 근처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는 양인(문예창작2)씨는 “이번에 월세가 올라 관리비 포함 60만원이 됐다”며 높은 방값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동시에 학교 주변의 미흡한 인프라와 거주 중인 원룸의 단점을 꼬집었다. 양씨가 거주 중인 원룸은 관리비 포함 60만원이지만, 방음이 잘되지 않고 CCTV가 없다. 또한 양씨는 “원룸이 여러 곳 모여 있지만 분리수거할 공간이 여의찮아 무단 투기가 잦다”며 주거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상명대 앞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는 조현수(공공정책·24졸)씨는 “가격대와 인프라의 문제로 상명대 앞에 거주하고 있다”며 “학교 앞의 경우 가격대가 높고 타 대학의 학교 앞에 비해 큰 장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A씨는 “공동현관이 없는 원룸에서 거주 중인데 사이비가 찾아와 문을 두들기기도 한다. 소리가 나는데 대답하지 않는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은 적도 있다”는 불안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외의 문제점으로 죽전캠 재학생 B씨는 “가벽을 세워서 인공적으로 집을 나누는 행태가 많아 방음이 어렵고 구조가 기이하다”고 밝혔다. 주택 내부에 벽을 세워 불법으로 방을 늘리는 행위인 ‘방 쪼개기’는 대학가 주변,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음에도 관리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문제가 발생하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우며, 동호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전입신고도 불가하기 때문이다.

 

천안캠 인근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천안캠 인근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자취도 못 해서 통학해요”

자취방을 구하지 않고 통학을 선택한 재학생도 있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거주하지만, 자취 대신 통학을 하고 있다. 이은비(화학3)씨는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며 천안캠으로 통학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경기도 화성에서 우리 학교까지는 편도로만 2시간 20분이 걸린다. 이은비(화학3)씨는 “떠나 살게 되면 월세와 생활비를 함께 지출해야 하므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통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비싼 월세에 걸맞지 않은 집 상태와 원룸촌으로 이뤄진 학교 주변의 인프라가 좋지 않은 것도 이씨의 선택에 한몫했다. 월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자취 여부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자 이씨는 “정책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집주인이 그만큼 월세를 더 올려 버릴 수도 있고 이에 대한 법적 제지는 없다”며 “현재로서 청년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취재 결과 죽전캠에도 통학하는 재학생이 많았다. 김포에 거주하고 있는 재학생 김여주(국어국문2) 씨는 약 2시간 40분 동안 이동하며 통학하고 있다. 통학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주변의 자취방 부족 문제였다. 타 대학과 비교 해봤을 때 우리 학교 앞 자취방의 물량 수가 현저히 적어 자취방을 구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서대문구에서 죽전캠으로 통학하고 있는 조현준(글로벌경영1) 씨는 “추가합격으로 학교에 들어와 기숙사에 지원할 수 없어 통학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자취하자니 한 달에 50만 원 이상 주거비로 나가는 게 부담스러웠다며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형성됐다면 자취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편도로 2시간 20분, 왕복으로 거의 5시간이 가까이 걸리는 통학 시간이다. 간혹 수업이 없는 날 학교에 와야 하거나 아침 수업이 있을 때 힘듦은 배로 된다. 주거 문제로 인해 재학생들은 매년 유난히 힘들어진다.

 

지역과 정부의 노력 절실해

불편을 감수하고 통학을 선택하는 재학생이 빈번한 지금,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학교의 노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천안시는 올해 660억 원을 투입한 청년정책에서 주거 분야 4개 사업에 107억 원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해당 사업에는 청년층을 위한 공동주택 보급 확대, 대학생 행복기숙사 지원, 청년 주거급여 등이 포함됐다.


한편, 정부는 무주택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월세 240만원을 12개월로 나눠 지원하는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 사업의 지원 대상은 보증금 5,000만원, 월세 70만원 이하 주택을 임차한 19세 이상 34세 이하(1989년~2005년생) 무주택 청년 세대주다. 신청은 이달 26일부터 내년 2월 25일까지 복지로 홈페이지나 주거 지역 시청 및 주소지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청년들이 발붙일 곳은 빽빽한 주택가 속 어디에도 없다. “높은 주거비 물가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어요.” 취재하며 만난 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발품을 팔아 방을 구한다는 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제 발품을 아무리 팔아도 방이 없는 게 현실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학가 자취촌 풍경 속 재학생의 한숨 소리가 울린다

 

 

이다경·황민승·박정윤·송지혜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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