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원더골’ 중계… 스포츠 캐스터 간판으로 떴다"
"‘손흥민 원더골’ 중계… 스포츠 캐스터 간판으로 떴다"
  • 김준원 기자
  • 승인 2024.03.05 14:43
  • 호수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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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석(34) 스포츠캐스터

토트넘 `손 캡틴' 경기 전담 
골 순간 인생에서 가장 짜릿
‘각본 없는 스포츠’ 매력적
“인생의 1승은 가장 소중해”

“손흥민이 건네받습니다. 접고 슈팅~ 골!” 야심한 밤, 졸린 눈을 비비며 티비 앞에 앉아 보던 축구 경기. 화면 너머 지구 반대편에선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공이 골망을 흔들자 함성과 함께 캐스터의 멘트 소리가 들린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말을 외쳐드립니다! 우리는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두운 방은 어느새 잉글랜드의 축구 경기장으로 바뀌어 있다. 감동의 해외 축구 현장을 시청자들에게 선물하는 양동석(34) 스포츠 캐스터를 만났다. 

 

-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게 된 계기는.

“입대 전에는 뚜렷한 꿈이 없었다. 단지 축구를 좋아하던 학생일 뿐이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인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당시 'MBC 신입사원'이라는 아나운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아나운서를 꿈꾸기 시작했다. 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포츠 캐스터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

 

- 스포츠 캐스터로서 느끼는 스포츠의 매력은. 

“진부한 말이지만 스포츠의 매력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단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중계 준비를 하며 양 팀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철저히 하지만, 방송이 끝나기 직전까지 누가 이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 캐스터로서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는 캐스터 역시 방송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발성, 발음, 스포츠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포츠에 대한 진심이다. 스포츠에 대한 진심의 깊이가 얕다면 이 직업을 결코 오래 할 수 없다.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 크면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버틸 수 있고, 버티면 언젠가는 좋은 콘텐츠를 할 기회가 온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중계가 있다면. 

“여러 경기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프리미어리그 21/22 시즌 토트넘과 노리치의 경기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손흥민 선수가 리그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던 경기인데, 그 경기를 잊을 수가 없다. 프리미어리그 캐스터로서 대한민국 선수가 득점왕을 하는 광경을 내 목소리로 중계한다는 사실이 당시에도 믿기지 않았고 많이 벅차올랐다.”

 

양동석 캐스터가 프리미어리그의 손흥민 선수 경기를 중계하는 모습. 출처=매거진한경
양동석 캐스터가 프리미어리그의 손흥민 선수 경기를 중계하는 모습. 출처=매거진한경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는지. 있었다면 극복 과정이 궁금하다.

“일을 하면서 2번의 슬럼프를 겪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고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때 다른 일을 해본 적도 있지만 결국 내가 정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로는 감사하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캐스터 생활 중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준비한 것들이 잘 맞아떨어져서 실수 없이 방송을 마무리했을 때도 좋지만, 무엇보다 경기를 본 팬 분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혼자 하는 방송이 아니기에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좋을 때 행복함을 느낀다.”  

 

-다양한 종목 중 축구 중계가 가지는 의미는. 

“처음부터 이 직업을 꿈꾸게 된 이유가 축구이기 때문에 너무 감사하게 일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축구는 밥벌이이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중계 중 주옥같은 멘트의 비결은. 

“경기를 보는 팬들은 새벽 시간에도 안 자고 일어나 두 손 모아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팬들의 소중한 순간이 후회로 남지 않도록 함께 진심으로 소리 지르고 그 감정을 함께하려 노력한다. 멘트는 정말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어느 정도 준비를 하는 편이다. 본래 샤워를 하다 보면 영감이 샘솟지 않는가. 루틴 중 하나로 중계하러 가기 전에 샤워하면서 멘트를 생각하곤 한다.”  

 

-해외 축구 팬들에겐 가장 익숙한 목소리이다. 해외 축구 전문 캐스터로서 느끼는 자부심이 있는지.

“아무래도 캐스터라는 직업이 얼굴보단 목소리가 많이 노출되다 보니 목소리에 익숙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자부심보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 많은 분이 보는 경기를 잘 준비해서 실수 없이 좋은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 책임감이 있다.”

 

-손흥민 선수의 EPL 100호 골 당시 한국 중계 영상이 토트넘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됐다. 당시의 소감이 궁금하다. 

“가장 먼저 한국인으로서 애국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현지 반응도 좋았다 보니 기분도 덩달아 좋았다. 외국 중계의 경우에는 차분하고 공백을 많이 두는 편이지만 한국 중계의 경우는 텐션도 높고 공백도 적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한국 중계가 가지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매력을 현지 팬들에게 전달한 것 같아 굉장히 뿌듯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인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으로는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또 끊임없이 도전하길 바란다. 처음에는 원하는 바가 잘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승이다. 100패든 200패든 상관없다. 단 한 번의 승리면 충분하다. 그 1승을 거두기 위해 뜨겁게 살길 바란다. 응원하겠다.”

 

90분간의 치열한 공방이 끝난 후 승자와 패자만이 남는다. 승자는 기쁘고 패자는 슬프다. 하지만 영원한 패자는 없다. 때론 우린 수없이 많은 패배를 겪은 언더독의 승리에 열광하곤 한다. 1승의 중요성. 반복되는 실패에 눈앞이 캄캄한 순간도 있을지라도, 수많은 실패가 쌓여 만들어진 단 한 번의 승리가 우릴 꿈의 무대로 데려다 줄 것이다. 

 

 

김준원 기자 junwon122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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