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만의 문제가 아니다
PD수첩만의 문제가 아니다
  • 김춘옥(언론영상) 교수
  • 승인 2008.09.02 18:30
  • 호수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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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의 PD 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를 함으로서 야기된 일련의 사태에 관해서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만 정리해 보겠다. 첫째, PD 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는 몇 달 동안 계속됐던 촛불 집회 -반정부 집회라고 표현해도 좋을 - 의 기폭제가 됐음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신속하게 결론지은 정부 결정에 이의를 갖고 있던 많은 시민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확실한 알리바이를 제공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이 프로그램 하나가 그 많은 사람들이 몇 달 동안 거의 생업을 포기하면서 까지 거리로 나오게 한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것과는 반대의 이념을 들고 나온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반발이 기저에 깔려있기에 오랜 동안의 시위는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노무현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또 다시 진보적 국정운영이 시작되자 국회를 중심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등, 보수층의 반격은 얼마나 심했던가?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방송의 힘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PD 수첩 하나에 국가적인 혼란의 모든 책임을 돌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언어도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기자 저널리즘이건 PD 저널리즘이건 저널리즘은 오보, 왜곡, 과장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오보, 왜곡, 과장의 요소가 들어있는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MBC측의 해명을 듣자면 그 프로그램에서 오보라고 지적된 여러 가지 사안들은 이미 다른 언론을 통해서 수차례 보도되었던 내용이라고 한다. 또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번역상의 왜곡도 용납할 수 없다. 영상과 언술을 조금은 선정적인 방법으로 사용해서 시청자들에게 실제보다 현실을 과장한 것 역시 저널리즘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밖에는 판단할 수 없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저널리즘의 원칙은 그 주체가 기자이건 피디이건 다를 수 없다. 기자저널리즘과 피디저널리즘을 구분하는 관행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으로 보인다. 오랜 독재정권이 기자들의 손발을 묶어 놓은 결과 그 반작용으로 피디저널리즘이 생겨났을 뿐이다.

셋째, 늦게나마 사안의 중대성을 감지한 정부가 분노한 시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반격에 나선 것 까지는 좋지만 정부부처가 언론사를 대상으로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했고, 검찰이 의뢰를 받아서 언론사에 대한 수사를 실시한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

넷째, 문제의 프로그램 속에 오보, 왜곡, 과장된 내용이 포함돼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수사를 하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전사원이 똘똘 뭉쳐 버티기를 했던 MBC 역시 언론윤리를 위반한 것이다. 법적규제나 제재는 모든 사안에 대한 최종 단계이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는 언론사라면 보도 내용에 대해 잘잘못을 판단하는 올바른 이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만약에 외부의 비판이나 압력이 가해지기 전까지 보도 내용에 대한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면 그 이후라도 서둘러 보도 내용을 이성적으로 검토하고 즉각 시정했어야 한다. 외부의 압력이 거세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인정하기 싫다는 식의 태도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이다. 사회적 책임 이행을 회피하는 언론사는 언론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감성적인 우리나라 국민성이 이번 사안을 확대시켰다고 보인다. 법에 따른 질서, 원칙에 따른 행동, 이 두 가지는 작은 집단이건 국가처럼 큰 집단이건 간에 필수적이다. 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진보 정당이 하는 행동은 진보적이고 보수정당이 결정한 것은 다 보수적이라는 식의 판단은 곤란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장 이성적인 집단이어야 할 대학은 물론 전 국민이 차분하게 이성과 원칙을 앞세운 판단과 행동이 무엇인가 성찰해야 할 것이다.

김춘옥(언론영상) 교수
김춘옥(언론영상)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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