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참고의 경계선
표절과 참고의 경계선
  • 박주혜 기자
  • 승인 2024.05.09 16:11
  • 호수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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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시작하기 전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기획 단계에서 거치는 과정이 있다. 주제에 관련된 자료를 조사한 후, 기획의 틀이 잡히면 어떤 식으로 만들지 참고 자료를 찾는다. 참고 자료는 작업물의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작업의 참고 사항이자 길잡이가 된다. 또한 개인 작업이 아니라 공동 작업일 경우 타인에게 내 생각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최근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문제가 있다. 하이브의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나온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같은 회사 하이브의 레이블 어도어에서 나온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재 유행하는 요소들의 겹친다는 의견과 대표적인 성공 사례의 표절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세상의 모든 책은 끊임없이 다른 책을 참조하고 있고,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미 말해진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히 새롭고 놀라운 창작물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다. 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다른 사고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한다. 꼭 특별하고 유일한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분명히 존재해야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있다. 모든 결과물이 이전과 다른 요소가 없고 유행만 좇는다면 디자인은 더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디자이너는 나의 디자인에서 이전과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경쟁력은 무엇인지, 혹은 참고 자료와 너무 유사하지 않은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창작물에서 표절과 참조를 구분하는 기준점은 모호하다. 비슷한 색, 구도, 효과를 사용하더라도 완전히 수학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면 문제 삼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수치가 아닌 눈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참조를 넘어 유사하다고 느껴진다면 문제가 된다. 따라서 디자이너가 창작자로서의 윤리를 지키기 위해선 계속해서 생각하고, 수정하고, 경계해야 한다.

 

기자 또한 단대신문 수습기자로서 처음 본지 1511호의 일러스트를 그릴 때, 어떤 스타일로 그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후 신문사나 방송사의 일러스트를 찾아보며 단대신문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를 완성해 나갔다. 하지만 일러스트를 그리는 중에도, 조판장에서도, 발행 후에도 계속 일러스트에 대한 피드백이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나의 디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하며 점차 감을 익혀나갔다. 한 일러스트를 그릴 때 최소 5~6개의 참고 자료를 띄워뒀던 수습기자 시기를 지나 정기자가 된 지금은 최대한 기자의 스타일에 맞게 작업한다. 앞으로도 기자는 스스로의 디자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박주혜 기자 Juhye_P@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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