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육회골목
광장시장 육회골목
  • 김한길 기자·이보현 수습기자
  • 승인 2018.04.03 13:34
  • 호수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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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역행하는 ‘날것’의 짜릿함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분노를 무릅쓰고 인류에게 불을 가져온 이후, 인간의 삶은 혁명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화식(火食)은 생식(生食)만이 가질 수 있는 철학을 담아내지는 못한다. 불이라는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재료와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생식의 철학. 이것이 현대사회에 필요한 소통의 철학이 아닐까. 게다가 화식은 현대인의 삶과 닮아있다. 지지고, 볶고, 굽고 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인가.

안 그래도 복잡한 인생, 쌓여있는 과제와 고단한 하루를 견디는데 버거움이 느껴진다면 한 번쯤은 날로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도 인생을 날로 먹을 수는 없으니 음식이라도 날로 먹을 수 있는 생식의 대표주자, 대한민국 육회 1번지 ‘광장시장 육회골목’으로 떠나보자!

▲ 일러스트 고다윤 기자

보현 내가 고대사 수업을 듣다가 재밌는 얘길 들었는데, 인류가 불에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하면서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가능해졌고, 덕분에 인간의 두뇌가 발달하면서 진화하기 시작했다고 해!

한길 아하, 그렇구나. 근데 내 앞에 쌓인 과제를 보니까 진화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보현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우리 과제는 잠시 미뤄놓고 아무 생각 없이 원시시대로 돌아가 보는 거야. 익힌 고기 대신 날고기를 먹으러 가는 거지!

한길 오, 좋은 생각이야. 그럼 육회로 유명한 광장시장으로 가볼까?

보현 광장시장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이 됐네. 불금이라 그런지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이 정말 많아! 다들 일상에 지쳐서 우리처럼 날고기를 먹으러 왔나 봐. 어서 들어가자.

한길 음, 육회랑 육사시미 세트가 있네! 저걸 먹어볼까?

보현 그래, 여기 육회랑 육사시미 세트 주세요!

한길 우와, 먼저 소고기뭇국을 서비스로 주셨어. 과제 하느라 감기에 걸렸었는데 뜨끈뜨끈해서 좋다.
 

▲ 윤기가 흐르는 육회

보현 육회랑 육사시미 나왔다! 어머, 이 영롱한 고기 빛깔 좀 봐……. 육회 위에 노른자가 한 알 올려져 있네. 네가 터트릴 기회를 줄게!

한길 우와, 노른자를 터트려서 비비니까 육회에 노란 황금빛이 반짝거려! 빨리 먹어보자.

보현 찍어 먹는 소스가 두 가지네. 하나는 고추장에 참기름을 섞은 거고, 하나는 소금에 참기름을 섞은 거야. 둘 다 찍어 먹어 봐야지.

한길 음, 육회는 노른자의 진한 고소함이 고기에 묻어서 소금 장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학교 앞에서 파는 육회는 냉동이라 찰기도 없고 뚝뚝 끊어지는 맛이었는데, 이곳 육회는 쫀득쫀득하게 찰기가 있어서 마치 젤리를 먹는 것 같아.
 

▲ 쫄깃쫄깃 식감이 일품인 육사시미

보현 육사시미는 꼭 고급 횟집에 가서 참치 회를 세 개씩 겹쳐서 먹는 만큼의 감칠맛이 입안에 감돈다. 육사시미는 양념이 없어서 그런지 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는 게 더 맛있는 것 같아.

한길 또 함께 나온 채 썬 배를 사시미에 돌돌 말아먹으면 배의 기분 좋은 단맛과 사시미의 감칠맛이 마치 최수종과 하희라처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

보현 근데 정말 내가 먹어 본 육회 중에서 가장 신선한 것 같아. 비린 맛도 하나도 없고, 정말 쫄깃쫄깃해.

한길 근데 육회랑 육사시미가 술안주라 배가 안 차는 게 좀 아쉽긴 하네. 광장시장 하면 또 빈대떡이 유명한데, 우리 이거 먹고 2차 갈까?

보현 빈대떡엔 막걸린데……. 안 되겠다. 과제는 이미 물 건너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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