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근로시간 단축
  • 안서진 기자
  • 승인 2018.03.06 19:47
  • 호수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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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26 : 저녁 있는 삶 vs 소득 감소, 그 뚜렷한 온도 차
▲ 출처: 중앙 DB

[View 1] 대기업 회사원

나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월급쟁이 회사원이다. 올해부터 우리 회사에서는 정부 방침에 따라 하루 근무 시간이 8시간에서 7시간으로 변경됐다. 물론 야근과 휴일 근무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1시간 빨라진 퇴근 시간 덕분에 나는 작년보다 한층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근로시간이 단축돼서 좋은 점은 정말 많다. 자기 계발이나 취미 활동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삶의 질이 한층 올라갔고 더불어 업무 생산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점은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나는 먼 직장과 잦은 야근 때문에 주중에는 가족과 떨어져 회사 근처 원룸에서 생활해왔다. 그런데 이 지긋지긋한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고 집에서 출퇴근을 할 수 있게 되다니.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이제야 워라밸(work &life balance)을 맞춰가나 싶은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잘 쉬어야 일도 생산성과 창의성 있게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View 2] 중소‧영세기업 회사원

월급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이 줄어든다면 싫어할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그런데 우리 같은 생산직 노동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우리는 그동안 주당 꼬박 68시간씩 초과 근무를 통해서 특근, 야간 수당, 작업 수당 등을 급여에 포함해 받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근무를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됐다. 이처럼 연장 근무를 통해서 대부분의 임금을 받아왔던 우리 같은 노동자들에게 근무시간 단축이 주는 타격은 크다.
 

심지어 이번 개정안에서는 휴일근로 가산수당이 통상임금의 200%가 아닌 150%로 바뀌었다. 이는 한 달 실질 임금에서 수십만 원이나 깎이는 일이다. 줄어든 근무 시간으로 가족들과 함께 저녁이 있는 여유로운 삶을 살라고? 여유는커녕 갑자기 줄어든 급여 때문에 당장 다음 달 생활비부터 걱정하게 생겼다.
 

정부가 법안을 도입한 취지 자체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나와 같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경영인과 노동자만 죽어나게 됐다. 대체 누구를 위한 주 52시간 근무인지 모르겠다. 이런 일들을 피하기 위해 청년들이 공기업, 공무원 같은 연봉직만을 원하게 되는 사회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Report] 근로시간 단축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근로시간이 많은 나라다. 고용 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근로 시간은 약 2천69시간으로 OECD 평균인 1천692시간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라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과로사로 한해에 최소 150명이 죽는다고 하니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근무 시간 단축’은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한 논의였음을 알 수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대 근로시간을 기존 주 5일 68시간에서 주 7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며 몇몇 기업들은 이미 유연근무제 및 자율적 선택 근무제 등을 도입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 된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의 입장 차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사이에서조차 입장 차이가 나뉘고 있는 실정이다.
 

근무시간 단축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 측은 워라밸 즉,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한다. 한편, 반대 측은 근무 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감소를 제일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산업 현장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노사 모두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포퓰리즘 정책’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도입되는 법안이라는 취지는 분명한 사실인 만큼 하루빨리 두 온도 차를 극복해 이 양극화를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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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j960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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