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밤새 캠프파이어를 벌이며 그들의 신을 불렀다
무엇이든 죽기 직전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
집에 갇힌 채 타죽은 가축들처럼
꽃잎들이 발광하듯 활활 타올랐다
나방들은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한 줌의 재가 되기까지
꽃받침들은 그들의 빛을 잃지 않았고
전설 또한 잊혀지지 않았다
끝없이 타오를 줄 알았던 꽃의 불길은
제 몸을 웅크려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수십개의 화살을 맞고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는 뿌리
꾹꾹 눌러왔던 울음이
땅 위로 다 닳은 손을 뻗는다
부엉이 울음소리가 그치고 구름이 걷히자
꽃들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달에게 빛을 쏘아 올렸고
꽃이 있던 자리마다
신은 손수 꽃씨를 심었다
마지막이 오면 또 다시 타오를 것이다
신이 달빛을 조금 떼어내어
꽃씨와 함께 묻는다
그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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