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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기관사의 하루

기사승인 [1430호]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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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컴한 어둠 속에서 홀로 버티는 지하철 기관사

 

■ Prologue

하루 평균 600만 명이 넘는 시민의 출퇴근길을 책임지는 지하철. 이곳의 운전대를 쥐고 있는 기관사는 매일 안전과의 사투를 벌인다. 업무에 대한 부담감은 서울도시철도 기관사를 아홉 차례나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해 1월엔 서울 지하철 6호선의 한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어느 때와 다름없이 가족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그는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지상공간이 하나도 없는 6호선에서 열차를 몰던 그는 평소 우울증을 앓아오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하철 이용객은 하루 평균 약 7백30만 명. 기관사는 3분 단위로 새로운 승객을 만난다. 7호선의 경우 환승역이 많아 청담역의 경우만 하더라도 한 번에 460여 명이 지하철에 탑승하는 셈이다. 수많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단 한 명의 기관사. 기관사가 받고 있는 정신적인 압박감은 다른 모든 직종 중 가장 크게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서울시의 의뢰를 받은 한림대 산학협력단팀이 실시한 ‘서울시 도시철도공사 정신건강 실태 조사 및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운전직의 44%가 스트레스 고위험군에 속해 도철의 모든 직종 중에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단 지하철 기관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언제까지나 그들의 고충에 눈 감는다면, 또 다른 비극은 시민들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8일 기관사의 고충과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7호선 기관사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다.

 

■ 혼자라는 부담감, 가슴을 억누르는 압박감

때마침 도착한 지하철에 발을 올렸다. 평소 같으면 잽싸게 빈자리로 향할 기자지만, 오늘은 지하철 맨 끝에 위치한 기관사실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낡은 가죽 의자 하나가 놓인, 한눈에 봐도 비좁은 공간. 두 명만 있어도 꽉 찰 것 같은 공간에 세 명이 자리하니 갑갑한 기운만 가득하다. 커다란 유리창 바깥으로 보이는 지하선로. “우리 열차 장암행, 장암행 출발합니다.” 안내방송과 함께 기관사의 하루가 시작된다.

7호선은 장암역에서 도봉산역 구간, 청담대교 구간을 제외한 모든 구간이 지하경로이다. 기관사가 햇빛을 마주할 시간은 편도 운행시간 1시간 45분 중 겨우 10분 남짓. 게다가 1인 승무제를 운영 중인 이곳에서 기관사의 부담감은 더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혼자 있으면 외롭기도 하고 긴급한 일이 있어도 바로바로 대처하긴 어렵다”며 운을 떼는 기관사 이형권(48) 씨.

이 때문일까. 서울도시철도에서 근무하던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지난 2003년 부터 현재까지 아홉 차례나 발생했다.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승객들의 안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끝없이 늘어선 지하공간은 그들을 압박한다.

 

■ 행복 방송을 전하다

지하구간이 끝나는 청담대교 구간에 들어서자 또렷한 그의 목소리가 기내에 울린다. “우리 열차, 부평구청행 열차입니다. 무더운 삼복더위에 승객 여러분들 모두 지치셨겠지만 오늘도 쾌청한 하늘처럼 다시 한 번 기운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열차, 곧 정차합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멘트를 고민하면서 출근한다는 이 씨. 행복 방송을 시작한 지도 어언 2년이라는 그가 한 승객과의 일화를 늘어놓는다. 하루 일과에 지친 승객이 그의 방송을 듣고 고객센터에 연락해 기관사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는 것. 외로움과의 사투에서 시작된 그의 행복 방송은 어느새 승객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혼자서 기관사실에 있다 보면 괜히 더 지치기 마련이다. 많은 후배 기관사들도 본인만의 방식으로 고된 시간을 달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남몰래 행복방송 강의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역에서 부평구청 행 방면으로 한 바퀴를 돌고 오니 어느덧 오후 12시가 가까워졌다. 3시간의 운전을 마친 이 씨와 함께 다시 대공원승무사업소로 가는 길에서 그는 “최근 기관사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휴식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 홀로 버티는 그들을 위해

대공원승무사업소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직원을 위한 체력단련실, 건강관리실, 휴게공간, 소통공간 뿐만 아니라 카페와 헬스장까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가득하다. 그는 “아직 다른 승무사업소들은 시설이 오래되거나 휴식공간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기관사는 한 번쯤 열차가 탈선하거나 역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가는 등의 악몽을 꿀만큼 정시 운전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하다. 이 씨는 “하루 평균 1천 명이 넘는 승객을 홀로 책임지고 운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 베테랑 기관사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때문에 서울교통공사에서는 기관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열차 운행 시간을 5시간 이내로 조정하고, 기관사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하철이 다니는 선로와 승강장 사이를 차단하는 스크린도어는 기관사의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이바지한다. 이 씨는 “예전에는 한번 투신자살사고가 발생하면 모방자살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기관사 모두가 늘 노심초사했다”며 스크린도어 덕분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아직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다른 호선에서 사상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스크린도어 설치가 시급해 보인다.

 

■ 아쉬움 가득한 시민 의식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이 씨의 얼굴에 날선 긴장감이 서린다. 이곳은 3, 7, 9호선이 만나는 환승지 고속터미널역.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북적거린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역에서는 언제 어떻게 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긴장을 한다”며 승강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뚫어지게 주시하는 이 씨.

이어서 무리한 승하차를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철도 역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연평균 430여 건에 이른다. 실제로 무리한 승하차를 시도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취재 중 한 시간에 두 번씩은 포착될 만큼 비일비재했다. 때문에 열차 운행이 지연돼 승객 모두가 불편을 겪었다. 이 씨는 “무리한 탑승 문제뿐만 아니라 음식물 섭취나 애완견 동반탑승을 자제하는 등 기본 배려를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 Epilogue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또 한 번 지하철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기관사 옆자리가 아닌 탑승객의 자리. 이어폰을 귀에 꽂아 노래를 들으며 가던 평소와 달리 오늘은 가만히 앉아 기관사님의 방송을 듣는다. “우리 열차 장암행, 장암행 열차입니다. 승객 여러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시길 바랍니다.”

많은 시민들의 발이 돼주는 지하철.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편안하게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빛과 어둠을 오가며 오로지 앞만 보고 전진하는 이들이 있기에 어쩌면 우리의 하루는 오늘도 안녕한지 모르겠다.

 

임수민·이정숙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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